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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다36130

판시사항
[1]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2] 기존회사가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두 회사 모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참조판례
[1]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759 판결(1984,520), 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756 판결(1988,189), 대법원 1996. 11. 15. 선고 96다31406 판결(1992,1037),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공1988, 168)
[2]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공1993하, 2098),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공2000하, 1547),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공2003상, 1003)

참조법령
[1] 민사소송법 제216조
[2] 민법 제2조,상법 제171조 제1항

원심판례
서울고등법원 2004.06.02 2003나38544

전문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씨△명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망 담당변호사 손평업)
【피고,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위대훈)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6. 2. 선고 2003나3854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판결의 기판력은 주문에 포함된 소송물인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에 대하여서만이 발생한다(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75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종합해 보면, 전소인 원·피고 사이의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2001가합2150 손해배상(기) 사건은 불법행위에 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지만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의 주위적 청구는 피고 회사가 소외 1 주식회사(이하 ‘소외 1 회사’라고 한다)와 동일한 회사임을 전제로 소외 1 회사가 부담한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양자는 소송물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 소송은 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전소와 소송물을 달리하는 이상 당사자와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소송의 제기를 소권남용이나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전소의 항소심에서 원심이 인정한 주위적 청구와 동일한 주장을 하여 예비적으로 청구를 병합하였으나 항소를 취하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 기판력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볼 것이니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기판력이나 소권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소외 1 회사의 지배주주이자 실 경영주이며 대표이사이던 소외 2를 비롯한 이사 및 직원들이 소외 1 회사의 부도로 더 이상 일양약품 사옥 신축공사의 전기공사(이하 ‘전기공사’라고 한다)를 시공할 수 없게 되자 도급회사인 소외 3 주식회사(이하 ‘소외 3 회사’이라 한다)의 권유 및 독촉을 받고 위 전기공사를 이어 받아 시공할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로서, 그 모든 주주 및 이사는 소외 1 회사의 이사이거나 직원이었던 자(그 중 한 사람은 소외 2의 아들이다)로 구성되었고, 위 소외 2는 피고 회사의 배후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위 전기공사뿐 아니라 소외 1 회사가 소외 3 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아 시공하던 여타의 공사, 즉 ○○아파트 현장, ○○아파트 현장의 잔여 공사까지 모두 피고 회사 이름으로 수주하여 그 공사현장을 지휘·감독하여 시공하였으며, 부도 전 소외 1 회사가 공사할 때나 그 부도 후 피고 회사가 공사할 때나 소외 3 회사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은 사실상 위 소외 2가 관리·집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외 1 회사가 부도로 인해 소외 3 회사에 반환하지 못한 선급금 상당액을 피고가 소외 3 회사로부터 받을 공사대금채권에서 공제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위 법리를 덧붙여 보면, 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 등은 소외 1 회사의 채무초과로 인한 부도발생으로 같은 회사 명의로 더 이상 전기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되자 기존 공사를 승계받아 이를 계속 수행하되 채무는 면할 목적으로 소외 1 회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서 외형상 전혀 별개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였다고 할 것이니 피고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소외 1 회사와 별개의 법인격임을 내세워 그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허용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소외 1 회사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에 대하여도 전기공사의 일부인 원심 판시 시스템박스 공사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인격부인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3.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소외 1 회사로부터 교부받은 공사대금에는 다른 공사현장의 납품대금 내지 공사대금이 포함되어 있고, 원고가 원심 판시 시스템박스 공사 중 콘센트 및 커버 설치공사를 수행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원고가 소외 1 회사로부터 교부받은 약속어음의 합계액 전액을 시스템박스 공사대금으로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전체 시스템박스 공사금액 165,983,000원에서 미시공 부분 공사대금 48,818,102원을 공제한 117,164,898원을 원고의 시스템박스 공사대금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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