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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

[해설]

김갑동 이을순 간의 계약은 토지매매계약이다. 그러나 매매대금을 받기 전에 매수인에게 점유를 넘겨주고, 건물을 짓도록 허락하는데 대한 위험요인을 감안하여, 매매 당사자 간에 추가적인 특약이 있었다. 즉, 건물 완공 후 30일 내에 토지매매 대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토지매매계약은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해제되고, 손해배상에 갈음하여 토지매수인(이을순)은 자기 소유의 신축건물까지 토지매도인(김갑동)에게 양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특약을 대물변제의 예약이라고 오해한 응시생이 더러 있었는데, 이 사안에서는 건물 완공 후 30일 내에 잔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해제되도록 미리 합의하였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을순 박병국 간의 계약은 건물 신축을 내용으로 하는 도급계약이다. 이을순의 변제자력이 미약함을 염려한 박병국은 이을순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자기 소유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자 이을순과의 특약을 체결하였다. 그 특약의 내용은 이을순으로부터 박병국이 이사건 토지와 건물을 5억원에 매수하고 그 중 2억원의 지급방법은 이을순이 김갑동에게 부담하는 토지매수대금 지급채무 2억원을 박병국이 대신 이행하기로하고, 나머지 3억원은 공사대금 잔금채권과 상계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을순이 공사대금 잔금을 약정 기한내에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박병국이 반드시 이을순으로부터 토지와 건물을 매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박병국의 선택으로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건물 완공 후 30일 내에 공사대금 잔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 박병국은 잔금지급을 구하기로 선택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건물의 완공과 동시에 건물 소유권은 건축주 이을순이 원시취득하게 되는데, 이을순에 대하여 8천만원의 채권을 가진 정금자가 이을순의 책임재산인 이사건 건물을 가압류하였다. 가압류 자체는 소유권 관계에 변동을 가져오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로 인하여 채무자 이을순의 책임재산이 감소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특히 이을순이 정금자와 통모하여 가압류 등기를 경료시켰다고 볼 정황도 없으므로 가압류의 효력을 다툴 여지는 없다.

이을순이 i) 자기 소유 건물을 강민첩에게 처분하는 행위, ii) 김갑동과의 토지매매 계약을 합의해제하는 행위가 사해행위인지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 된다.

그 건물이 이을순의 책임재산의 중요 항목 또는 거의 유일한 항목이고, 그 처분으로 이을순의 무자력이 초래 또는 심화된다면 사해행위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다. 이을순에게 채권자를 해할 의사(害意)가 있었다는 점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원고가 될 박병국이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채권자를 해할 의사는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므로, 그 처분행위가 무자력을 초래하거나 심화한다는 점을 입증하면 족하다. 구체적으로 어느 채권자를 특별히 해할 의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책임재산의 감소로 채권자들이 일반적으로 채권만족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처분행위를 하면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은 것으로 인정된다. 수익자 강민첩의 악의는 추정된다. 본 사안에서 강민첩은 비정상 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건물을 매수하였으므로 자신이 선의였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을순이 김갑동과의 토지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한 행위도 사해행위로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부당히 감소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인데, 토지 매수계약 만을 체결하였고, 아직 토지 소유권을 획득한 바도 없던 상태에서 매수계약을 해제 한다고 해서 책임재산의 감소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박병국이 이을순으로부터 이사건 토지를 매수하려면, 이을순 김갑동 간의 매매계약이 해제되어서는 안되고, 이렇게 보면 이을순 김갑동 간의 토지 매매계약 합의 해제는, 이을순이 박병국에게 부담하게 될 채무의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채권자 취소권은 이처럼 특정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설사, 이을순 김갑동 간의 합의해제가 사해행위로서 취소되더라도, 이을순은 매수인에 불과할 뿐, 김갑동 소유의 토지가 이을순 소유로 되는 것은 아니다. 김갑동은 자기 소유의 토지를 강민첩에게 (이중으로) 매도할 수 있고, 그 이중매매가 반 사회질서 행위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무효로 볼 여지는 없다. 박병국은 김갑동에게는 어떠한 채권도 없으므로 김갑동의 처분행위의 효력을 다툴 근거는 전혀 없다.

결국 이 사건 건물에 한하여, 박병국은 강민첩을 피고로 하여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건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말소 시킴으로써 건물을 이을순의 책임재산으로 환원시킬수 있다. 저당권 등이 설정되어 있던 부동산을 목적물로 한 사해행위가 있은 후, 저당권이 말소된 경우 원물반환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가압류되었던 부동산의 경우에는 사해행위와 동시에 또는 사해행위 후에 가압류가 취소되더라도 원물 반환을 구하는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강민첩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 등기가 말소되면, 박병국은 이을순을 피고로하여 공사대금 잔금 채권 3억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그 승소 판결에 기하여 이 부동산에 대한 집행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채점 평]

대부분의 응시생들이 채권자 취소권이 핵심쟁점이라는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만족스러운 답변을 제출하였다. 간혹, 이을순이 김갑동에게 부담하는 토지매수 대금 지급 채무를 박병국이 인수하였다고 오해하고 채무인수에 대하여 자세히 논한 수험생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을순-박병국 간의 특약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약정 기한 내에 공사대금 잔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박병국이 반드시 김갑동에게 2억원을 지급할 채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을까? 박병국으로서는 도급계약에 기하여 공사대금 잔금 지급을 구하는 채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일부러 포기할 이유가 없고, 특약의 내용 또한 그렇게 해석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박병국이 원하면, 이을순이 김갑동에게 부담하는 토지 매수대금 지급채무의 이행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이행인수), 김갑동이 이미 그 토지를 강민첩에게 처분해버린 이상, 박병국은 도급계약에 기한 공사대금 지급을 구하는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을 것이다.

이을순-박병국 간에도 대물변제의 예약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한 수험생도 있으나(공사대금 잔금 지급에 갈음하여 건물을 양도), 이을순-박병국 간의 특약은 이를 단순히 대물변제의 예약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한 내 공사대금 지급이 없을 것을 정지조건으로 한 건물 및 토지 매매의 예약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위 설명 참조).

(가)압류되었던 부동산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있은 경우, 사해행위 후에(또는 사해행위와 동시에) 수익자의 출연으로 (가)압류가 취소되었다면, 수익자가 원물반환을 저지할 수 있는지를 논의한 수험생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점을 논의한 수험생은 대부분 원물반환이 가능하다는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였고, 저당권이 설정되었던 부동산과는 달리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2002다37474 참조.

김갑동 이을순 간의 토지매매 계약의 합의 해제와 관련하여 박병국이 과연 제3자로서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한 수험생도 많았다. 매우 바람직한 문제의식이고, 이 논의를 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박병국이 계약해제의 경우 보호되어야 할 제3자가 아니라는 정확한 분석을 제시하였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제3자는 계약을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형성하였을 뿐 아니라, 등기 또는 점유의 이전 등으로 확정적인 권리(대세적 권리)를 취득한 자를 말한다. 계약상의 채권을 양수하였거나, 그 채권에 의존하여 새로운 채권관계를 형성한 데 불과한 자는 여기서 말하는 제3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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