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가 사상과 ‘합리성’

1. 유가 사상과 사회 혼란

옛날에는 남자가 경작을 하지 않아도 식물의 과실이 사람을 먹이기 충분하였고, 여인들이 직조를 하지 않아도 동물의 가죽으로 사람을 입히기 충분하였다. 힘쓰지 않아도 양식이 충분하였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재화가 남아돌았으므로 사람들이 싸우지 않았다. 후한 상을 줄 필요도 없었고, 중한 벌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스스로 잘 다스려졌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람이 많아지고 재화가 부족하여 싸움이 끊이지 않게됨]
古者丈夫不耕,草木之實足食也;婦人不織,禽獸之皮足衣也。不事力而養足,人民少而財有餘,故民不爭。是以厚賞不行,重罰不用而民自治。(五蠹 2)

공자의 추종자는 학식으로 법을 어지럽히고, 용맹한 자는 무예로 법을 어기는데 군주들은 이 둘을 예를 갖추어 대한다. [그러니 세상이 어지러울 수 밖에.]
儒以文亂法,俠以武犯禁,而人主兼禮之,此所以亂也。…

그러므로 인의를 행하는 자를 칭찬하면 안된다. 그들을 칭찬하면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것을 해하게 된다. 문물을 배운자를 기용하면 안된다. 그들을 기용하면 법을 어지럽히게 된다.
故行仁義者非所譽,譽之則害功;文學者非所用,用之則亂法。

[논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떤가요?”라고 자공이 묻자 선생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아니야.” “마을 사람들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떤가요?”라고 묻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직 아니야. 마을 사람 중 선량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쁜 것들이 미워하는 사람이 더 낫지” (子路, 13.24)

임금의 정직한 신하는 아버지의 난폭한 아들… 아버지의 효자는 임금을 배반하는 신하… 공과 사는 서로 양립 불가.
楚之有直躬,其父竊羊而謁之吏,令尹曰:「殺之,」以為直於君而曲於父,報而罪之。以是觀之,夫君之直臣,父之暴子也。… 以是觀之,夫父之孝子,君之背臣也。 … 公私之相背也 (五蠹 8)

[논어]
子曰:「朝聞道,夕死可矣。」 (Lunyu 4.8)
子曰:「觚不觚,觚哉!觚哉!」 (Lunyu 6.24)
仲尼曰:「君子中庸,小人反中庸。君子之中庸也,君子而時中;小人之中庸也,小人而無忌憚也。」 (中庸)
子曰:「君子之於天下也,無適也,無莫也,義之與比。」 (Lunyu 4.10)
葉公語孔子曰:「吾黨有直躬者,其父攘羊,而子證之。」孔子曰:「吾黨之直者異於是。父為子隱,子為父隱,直在其中矣。」 (子路 13.18)

子貢問曰:「何如斯可謂之士矣?」子曰:「行己有恥,使於四方,不辱君命,可謂士矣。」曰:「敢問其次。」曰:「宗族稱孝焉,鄉黨稱弟焉。」曰:「敢問其次。」曰:「言必信,行必果,硜硜然小人哉!抑亦可以為次矣。」曰:「今之從政者何如?」子曰:「噫!斗筲之人,何足算也。」 (子路 13.20)

[맹자]

親親 仁民 愛物 (盡心上 45)

2. 농사와 전쟁 – “부국강병론”

농사짓는 것은 힘들지만, 사람들은 부를 얻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 전쟁에 나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사람들은 지위를 얻기 위해 전쟁에 나간다. 문물을 배우고, 대화법을 연습하면 농사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재화를 얻을 수 있고,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면 누가 안그러겠는가?
夫耕之用力也勞,而民為之者,曰:可得以富也。戰之為事也危,而民為之者,曰:可得以貴也。今修文學、習言談,則無耕之勞、而有富之實,無戰之危、而有貴之尊,則人孰不為也?
그러므로 명민한 군주의 국가에는 서적이 없고 교육은 법이 전부. 선왕의 말씀은 없고 관리가 곧 스승. 사사로운 무력행사는 없고 오로지 전쟁에서 적의 목을 베는 것만이 용맹한 것으로 대우. … 이런 나라의 국민은 보통때는 국가의 부를 증진. 유사시에는 군대로서 강성.
故明主之國,無書簡之文,以法為教;無先王之語,以吏為師;無私劍之捍,以斬首為勇。是境內之民,其言談者必軌於法,動作者歸之於功,為勇者盡之於軍。是故無事則國富,有事則兵強,此之謂王資。
(五蠹 10)

어지러운 나라의 모습은 이러하다.
(1)학자는 선왕의 도와 책에서 말하는 인의를 들먹이며, 훌륭한 얼굴로 번드르한 말을 하면서 세상의 법을 의심하게 만들고 임금의 마음을 헷갈리게 한다.
(2)연설자들은 거짓 주장과 외세의 힘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사욕을 채우는데 골몰하고 사직을 내팽겨친다.
(3)권세가의 私的 兵力들은 떼를 지어 다니며 절개와 정절을 내세우며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면서 나라가 금지하는 것을 어긴다.
(4)노역이나 병역을 회피하려는 자들은 권세가의 집앞에 꾸역꾸역 모여들어서 온갖 뇌물을 바치고 거물급 변호인을 써서 그 의무를 면한다.
(5)상공인들은 사치품들이나 잔뜩 만들어 쌓아두고 돈벌시기만을 기다리면서 농민들을 착취한다.
이들이 바로 나라의 다섯 버러지들이다…

是故亂國之俗,
其學者則稱先王之道,以籍仁義,盛容服而飾辯說,以疑當世之法而貳人主之心。
其言古[言談]者,為設詐稱,借於外力,以成其私而遺社稷之利。
其帶劍者,聚徒屬,立節操,以顯其名而犯五官之禁。
其患御者,積於私門,盡貨賂而用重人之謁,退汗馬之勞。
其商工之民,修治苦窳之器,聚弗靡之財,蓄積待時而侔農夫之利。
此五者,邦之蠹也。人主不除此五蠹之民,不養耿介之士,則海內雖有破亡之國,削滅之朝,亦勿怪矣。
(五蠹 13)

[논어]
樊遲請學稼,子曰:「吾不如老農。」請學為圃。曰:「吾不如老圃。」樊遲出。子曰:「小人哉,樊須也!上好禮,則民莫敢不敬;上好義,則民莫敢不服;上好信,則民莫敢不用情。夫如是,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焉用稼?」 (논어 13.4)

3. 無爲, 南面

모든 신하들이 자신의 직무를 지키고, 모든 관리들에게 제각각의 임무가 주어져서 그들의 제대로 부릴 수 있게 되면 정부는 본궤도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군주는 어디 머무는지 알 수 없고,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한다”는 상황이 된다. 현명한 군주는 위에서 無為상태로 있고, 모든 신하는 아래에서 두려워 떠는 것이다.
群臣守職,百官有常,因能而使之,是謂習常。故曰:寂乎其無位而處,漻乎莫得其所。明君無為於上,群臣竦懼乎下。(主道 1)

노나라 애공은 보잘것 없는 군주였지만, 군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까(南面) 그 나라의 모든 사람이 복종하였다. 백성은 원래 위세에 복종하게 마련이다.
魯哀公,下主也,南面君國,境內之民莫敢不臣。民者固服於勢 (五蠹 5)

신하들은 명성을 드높이고 누군가 자신을 위해서 알선해 주지 않으면 승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법을 무시하고 함부로 통제하지 못하면 위세를 부리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충직함과 믿음직함을 가장하지 못하면 금지를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가지는 군주를 미혹하게 하고 법을 파괴하는 것이다. 군주는 신하가 비록 지혜롭고 능력이 있어도 법을 어기고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해야하고, 비록 재능이 많더라도 함부로 공로를 인정받거나 영예를 누리지 못하게 해야 하고, 비록 충직하고 믿음직해도 법을 함부로 해석하여 금지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법을 밝히는 것이다.
人臣者,非名譽請謁無以進取,非背法專制無以為威,非假於忠信無以不禁,三者,惛主壞法之資也。人主使人臣雖有智能不得背法而專制,雖有賢行不得踰功而先勞,雖有忠信不得釋法而不禁,此之謂明法。

[논어]
子曰:「為政以德,譬如北辰,居其所而眾星共之。」 (2.1)
子曰:「雍也可使南面。」 (6.1)
子曰:「無為而治者,其舜也與?夫何為哉,恭己正南面而已矣。」 (15.5)

4. 개혁, 개선, update

통치를 모르는 자는 반드시 “옛 제도를 바꾸지 말고, 늘하던 것을 바꾸지 말라”고 한다. 성인은 바꾸느냐 바꾸지 않느냐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올바로 통치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옛 제도를 그대로 둘 것인지, 늘 하던 것을 그대로 할 것인지는 이것들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달려있다.
不知治者,必曰:「無變古,毋易常。」變與不變,聖人不聽,正治而已。然則古之無變,常之毋易,在常古之可與不可 (南面 3)

… 선왕의 정책으로 현재의 백성들을 다스리려는 것은 마치 토끼가 기둥에 부딪쳐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宋人有耕田者,田中有株,兔走,觸株折頸而死,因釋其耒而守株,冀復得兔,兔不可復得,而身為宋國笑。今欲以先王之政,治當世之民,皆守株之類也 (五蠹 1)

5. Self-interest 皆挾自為心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책망하게 되지만, 자신을 위한 것일 경우에는 일이 잘 수행된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간에는 원망과 언쟁이 일어나지만, 돈을 주고 노동자를 부릴 경우에는 맛있는 국을 내놓게 된다. 挾夫相為則責望,自為則事行。故父子或怨譟,取庸作者進美羹 (外儲說左上 3)

아들과 아버지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상대를 꾸짓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모두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을 품고 있고 자기를 위한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날품을 파는 사람을 사서 밭을 갈고 파종하는 경우 주인이 자기 재산으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좋은 베나 돈으로 넉넉한 일삯을 주는 이유는 일꾼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래야 땅을 깊이 파서 일구고 김매는 사람이 풀을 제대로 뽑기 때문이다. 일꾼이 온힘을 다해서 밭을 갈고 풀을 뽑으며, 자기가 가진 온갖 기술을 사용하여 밭두둑과 논길을 정비하는 이유는 주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래야 맛있는 국을 먹을 수 있고 두둑한 임금을 쉽게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세우고 힘을 쓴 자를 잘 대우하는 이런 논리는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 혜택을 주는 행위에도 존재한다. 성의껏 노력하는 경우는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마음을 품기 때문이다. 子、父,至親也,而或譙、或怨者,皆挾相為而不周於為己也 夫賣庸而播耕者,主人費家而美食、調布而求易錢者,非愛庸客也,曰:如是,耕者且深耨者熟耘也。庸客致力而疾耘耕者,盡巧而正畦陌畦畤者,非愛主人也,曰:如是,羹且美錢布且易云也。此其養功力,有父子之澤矣,而心調於用者,皆挾自為心也。 (外儲說左上 30)

현명한 군주가 그 신하를 유도하고 통제하는 방법은 두가지. 형벌과 포상.
明主之所導制其臣者,二柄而已矣。二柄者,刑、德也。 殺戮之謂刑,慶賞之謂德。為人臣者畏誅罰而利慶賞,故人主自用其刑德,則群臣畏其威而歸其利矣。(二柄 1)

6. 통치술

콤파스를 버리고 감에만 의존한다면 奚仲도 바퀴 하나를 못 만들 것이고, 자를 버리고 길고 짧은 것을 가늠하려 하면 王爾도 작대기의 절반을 나누지 못할 것…
去規矩而妄意度,奚仲不能成一輪。廢尺寸而差短長,王爾不能半中。 使中主守法術,拙匠守規矩尺寸,則萬不失矣。君人者,能去賢巧之所不能,守中拙之所萬不失,則人力盡而功名立。 (用人 2)

군주는 다섯가지 막힘에 유의해야… 신하가 군주를 가두는 상황, 신하가 재물을 통제하는 상황, 신하가 명령을 통제하는 상황, 신하가 정의를 장악하는 상황, 신하가 자신의 사람을 확보하는 상황
是故人主有五壅:臣閉其主曰壅,臣制財利曰壅,臣擅行令曰壅,臣得行義曰壅,臣得樹人曰壅。 (主道 2)

군주는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드러내면 안된다. 그래야 신하가 본색을 드러내게 됨…
去好去惡,群臣見素。群臣見素,則大君不蔽矣。 (二柄 3)

商君教秦孝公以連什伍,設告坐之過,燔詩書而明法令,塞私門之請而遂公家之勞,禁游宦之民而顯耕戰之士。孝公行之,主以尊安,國以富強,八年而薨,商君車裂於秦。 (和氏 3)

[순자]
예법은 나라는 바로잡는데 필요한 것. 비유하자면, 저울로 무겁고 가벼운 것을 가늠하고, 먹줄로 굽었는지 똑바른지를 판단하고, 직각자와 콤파스로 직각과 원을 판단하는 것과 같다.
禮之所以正國也,譬之:猶衡之於輕重也,猶繩墨之於曲直也,猶規矩之於方圓也,既錯之而人莫之能誣也。(王霸 9)
먹줄은 올바름의 극치이고, 저울은 공평의 극치이고, 콤파스는 직각과 원의 극치이다. 예는 인간 도리의 궁극.
繩者,直之至;衡者,平之至;規矩者,方圓之至;禮者,人道之極也。 (禮論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