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시설과 그에 대한 인용한계
대전지법 1995. 2. 8. 선고 93가합3237 판결
대전피혁공업 주식회사는 구두, 핸드백 등에 사용되는 가죽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1956.3.경부터 현 위치에 공장을 건립하여 가동하고 있고, 대원제지공업 주식회사는 크라프트지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1961.7.경부터 현 위치에 공장을 건립하여 가동하고 있다. 공장이 건립된 당시, 이 일대는 공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1973. 11.경 상업부지로, 1976. 4.경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되었다. 대전피혁과 대원제지는 담을 경계로 서로 접하여 있고, 1979년 경 삼부아파트가 대전피혁과 대원제지의 북쪽으로 50m정도 떨어진 곳에 완공되어 입주가 시작되었다.
대전피혁의 가죽생산공정은 원피저장공정, 준비반공정 유성반공정, 염색건조공정, 완성공정으로 되어 있다. 그 중 준비반공정은 석회 등의 약품을 사용하여 원피의 털을 제거하고 단백질, 오물을 제거하며, 조직을 이완하고 가죽을 용도에 맞게 활피하여 가죽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공정으로서, 대전피혁으로부터 나는 악취는 대부분 이 공정에서 발생한다. 악취물질은 황화수소나트륨(NaHS)과 물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황화수소와 메르캅단류의 물질이 주종을 이루며 작업시의 악취도는 6단계 직접관능법에 의한 3도(강한 악취), 4도(극심한 악취)의 정도이다. 또 유성반공정은 석회로 처리된 가죽을 중화시키고 오물을 제거하며, 크롬염 등의 약품을 사용하여 가죽을 물에 적셔도 부패되지 아니하고 건조시켜도 딱딱해지지 않으며 내수, 내열성을 갖게 하는 유성작업을 하여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인데 이 공정에서도 화학반응으로 생성된 암모니아로 인하여 악취가 발생된다. 그 밖에 염색건조공정에서 산성폐수가 발생하고, 염색과정에서 암모니아가스를 생성시켜 악취를 발생시키고, 도장공정에서도 악취가 발생한다.
대전피혁은 위와 같은 공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는데도 1991.경에야 폐수처리장의 밀폐시설을 갖추었고, 원피 오물 등의 찌꺼기인 슬러지와 폐수를 처리함으로써 발생하는 슬러지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하는데도 1992.경 슬러지보관창고인 케이크 호퍼(Cake Hopper)를 갖추기 전까지 슬러지를 공장 내에 야적하여 두었다.
대원제지의 종이제조공정은 고해공정, 사이징공정, 정정·정선공정, 초지공정, 완성공정으로 되어 있으며, 백상지와 크라프트지를 제조한다. 펄프고해공정은 펄프를 물에 혼합시켜 액체상태로 만드는 과정인데, 이 공정에서 폐수 및 악취가 발생한다. 사이징공정은 액화된 펄프의 틈을 메워 잉크의 침투, 확산을 방지하는 과정으로 약품이 포함된 폐수 및 악취가 발생한다. 또, 초지공정 중 건조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고, 완성공정에서는 분진이 발생한다. 위 각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악취 및 분진에 대한 방지시설은 없고, 환풍기를 이용하여 외부로 배출시키고 있는바, 작업장 내의 악취도는 0도 내지 1도 정도이다.
위와 같은 공정을 거치면서 대원제지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악취가 발생하고, 폐수를 처리함으로써 발생하는 슬러지에서 1도 정도의 악취가 발생하는데, 대원제지는 슬러지를 공장 내에 야적하여 두고 있다.
대전피혁, 대원제지 그리고 삼부아파트는 모두 보일러가동을 위하여 벙커씨유를 사용하는데, 연간 연료사용량은 대원제지가 11,133.34kℓ 이고, 대전피혁이 3,479.76kℓ, 삼부아파트가 약 5,978kℓ 이고, 연간 아황산가스의 배출량은 대원제지가 338,453t, 대전피혁이 105,784.7t, 삼부아파트가 약 182,797t이며, 벙커씨유를 이용한 보일러의 가동은 다량의 매연, 먼지, 검댕 등을 배출하게 된다.
삼부아파트의 주민들은 악취, 검댕, 매연 등으로 인하여 메스꺼움, 구토, 두통 등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많고, 가죽썩는 냄새, 매연에 의한 매케한 냄새 등 공해로 인한 신체이상을 느끼고 의료기관에 건강진단을 받은 경우가 69%이고, 건강진단시 나타난 피해증상 중 호흡기질환과 두통이 69.1%를 차지하고 있다.
대전피혁과 대원제지는 1989-92 사이에 악취, 페수, 검댕 등의 방지에 필요한 여러 공해방치조치를 취하였다. 삼부아파트 주민들은 그전에는 악취 등의 냄새, 먼지로 인하여 빨래를 널거나,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고, 호흡기질환 등이 증가하는 등 악취, 매연 등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피해가 심하였고, 단지 내 식물의 잎이 고사하는 경우가 있으며, 아파트건물의 금속부분 및 자동차의 도장이 부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전피혁과 대원제지가 공해방지시설을 갖춘 현재 피해정도는 감소하였으나, 위와 같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대전 피혁은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될 것이 확실시 되자, 1993.경 악취방지시설, 집진시설을 갖추었으며, 이 사건 소제기일(1993. 4. 28.) 이후인 1993. 12.말경 악취를 주로 발생시키는 준비반공정과 유성반공정 등 전처리공정을 중국으로 이전하여 1994년부터는 위 공정을 국내에서 가동하지는 않고 있다.
대원제지도 1992.경 보일러의 연도보완공사 및 유류첨가제를 투입하는 등 보완공사를 하였고, 1993. 1. 16. 세정집진기를 설치하였다.
삼부아파트 주민들이 대전피혁과 대원제지를 상대로 어떤 구제수단을 사용할 수 있을지를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 논의하시오.
-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공해배출업소 주변에 주거시설이 들어선 경우에도 생활방해를 인정할 것인가?
- 우리 민법은 공해방지설비의 설치와 사용을 강제하는데 유용한 법적수단을 제공하는가?
- 환경오염방지와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이윤추구행위와의 긴장관계는 어떻게 조절되어야 할까?
- 생활방해를 방지하는데 적당한 조치를 구함에 있어 방해자의 고의나 과실이 요구되는가?
- 생활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가해자의 과실이 요구되는가?
-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경우’라는 기준이 피해자의 인용의무를 판단함에 적절히 기능할수 있겠는가?